어머니의 수첩
윤준섭
어머니는 까막눈
낫 놓고 기역(ㄱ)자를 모르셔도
천기를 보고 뒷산 감자밭에서
-개똥아~ 장독 덮고 빨래 걷어라
온 동네 떠나갈 듯 소리 질렀다.
아버지도 까막눈
지게 놓고 에이(A)자를 모르셔도
소쩍새 우는 소리 듣고
그해 농사 점을 치며
푹 곤 물곳 범벅에
혀를 반쯤 접고 침샘이 넘쳐
목구멍이 늘어났다.
사랑방 고드랫돌 소리
밤새워 달가닥 달가닥
나는 안방 야학 선생
밤 이슥토록 가갸 거겨
그때 뜬 실눈으로 그린
빛바랜 수첩 하나
유품 되어 오늘 보니
어머니가 살아 계신다.
海 空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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