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머니의 수첩 Name : 윤준섭 (jsyoon)


어머니의 수첩

윤준섭

어머니는 까막눈

낫 놓고 기역(ㄱ)자를 모르셔도

천기를 보고 뒷산 감자밭에서

-개똥아~ 장독 덮고 빨래 걷어라

온 동네 떠나갈 듯 소리 질렀다.


아버지도 까막눈 

지게 놓고 에이(A)자를 모르셔도

소쩍새 우는 소리 듣고 

그해 농사 점을 치며 

푹 곤 물곳 범벅에  

혀를 반쯤 접고 침샘이 넘쳐

목구멍이 늘어났다.


사랑방 고드랫돌 소리

밤새워 달가닥 달가닥

나는 안방 야학 선생

밤 이슥토록 가갸 거겨

그때 뜬 실눈으로 그린

빛바랜 수첩 하나

유품 되어 오늘 보니

어머니가 살아 계신다.

海 空

2007-02-19 오후 7:14:5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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